나는 지방과 서울, 두 곳 모두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다. 지방에서는 여유와 공동체의 따뜻함을 느꼈고, 서울에서는 편의성과 기회가 주는 역동성을 체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생각이 강해졌다. ‘왜 수도권에만 모든 것이 집중되어야 할까?’ 서울은 포화 상태고, 지방은 텅 비어 간다. 인구도, 자원도, 행정도 모두 서울로 쏠리는 지금, 우리는 ‘지방균형발전’이라는 키워드를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이 글에서는 복지, 일자리, 주거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지방 균형 발전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정리해 본다.
복지의 격차, 생활 수준의 격차로 이어진다
서울에서 살 때는 다양한 복지 혜택이 생활 속에 있었다. 동주민센터만 가도 받을 수 있는 상담, 건강검진, 주거지원 등 복지정책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고르는 게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지방에서 살던 시절엔 달랐다. 필요한 제도는 있어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질 만큼 정보가 부족했고, 접점도 멀었다. 예를 들어 서울에는 '서울형 긴급복지', '찾아가는 건강 돌봄', '청년 마음건강 상담' 같은 생활밀착형 복지가 촘촘히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지방은 아직도 ‘복지는 극빈층만의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정보 전달 체계도 열악하다. 같은 나라, 같은 세금 내고 살아가지만 복지 체감은 완전히 다르다. 지방의 복지 인프라가 부족한 이유는 단순하다. 인구가 줄어드니 예산도 줄고, 예산이 줄어드니 서비스는 더 열악해진다. 악순환이 계속된다. 지방 균형 발전은 단순한 지역경제 문제가 아니다. 삶의 질을 지켜내기 위한 복지의 기본권 보장과 연결되어 있다.
일자리가 수도권에만 몰려 있다면, 지역은 떠나게 된다
지방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일자리’다. 특히 청년층에게는 생계뿐 아니라 삶의 의미와 연계되는 중요한 요소다. 내가 살았던 지방 도시에서는 대학을 졸업한 청년 대부분이 서울로 향했다. “여기선 취업해도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구조가 안 돼요”라는 말이 익숙했다. 서울은 대기업, 스타트업, 공공기관이 몰려 있고, 다양한 고용 형태가 존재한다. 반면 지방은 대기업은 거의 없고, 공공 일자리나 제조업이 대부분이며, 비정규직 비율도 높은 편이다. 게다가 청년층을 위한 일자리 매칭, 창업지원센터, 청년활동 공간 등도 수도권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지방 청년이 미래를 설계하기엔 선택지가 너무 적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주도 청년정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고용 생태계 개선이 없다면 효과는 제한적이다.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선 단순한 일자리 수 증가가 아닌, 질 높은 일자리를 ‘지역 중심’으로 만들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주거환경, 지방이 여유롭다고만 볼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은 지방의 주거환경이 서울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집값이 싸고 전세 부담도 덜하니까. 하지만 실제로 살아보면 단순히 ‘비용’의 문제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특히 젊은 층과 고령층에게는 주거의 질과 접근성, 안전성도 중요한 요소다. 지방에는 아직도 노후주택이 많고, 공공임대 주택 비율도 낮다. 재개발이나 정비사업도 서울에 비해 속도가 느리고, 지역 내 교통 인프라도 부족해 주거지와 생활권 사이에 단절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고령층의 경우 병원, 시장, 복지시설과 가까운 집을 원하지만, 그런 곳은 공급 자체가 부족하거나 오래된 구조다. 서울은 다양한 주거지원정책이 실현되고 있다. 청년월세지원, 역세권 청년주택, 고령자 맞춤형 임대주택 등이다. 반면 지방은 관련 제도가 있더라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거나,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격차가 심하다. 이대로는 지방으로 사람을 유입시키기도, 정착시키기도 어렵다.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단순히 ‘싼 집’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살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서울은 이미 포화 상태다. 교통, 주거, 환경, 일자리 모든 분야에서 과밀 문제가 심각하다. 반대로 지방은 인구가 줄고, 상권이 사라지고, 학교가 문을 닫는다. 이 양극화는 더 이상 개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구조적인 개입 없이는 해결되지 않는다. 내가 서울과 지방을 모두 살아보며 느낀 건 하나다. 지방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공간이지만, 정책의 무게추가 서울에만 쏠려 있다는 것이다. 진짜 균형은 ‘서울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지방을 키우는 것’이다. 복지, 일자리, 주거가 고르게 발전해야 인구도 나뉘고 삶의 질도 유지된다. 지방 균형 발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그 시작은 각 지자체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의 가치 재발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