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대도시에서만 살아왔다. 아파트 단지와 시멘트 건물, 빼곡한 도로와 끝없는 신호등 속에서 익숙하게 살아왔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바닷가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 그래서 요즘 특히 눈길이 가는 곳이 바로 전남 여수시다. 따뜻한 남쪽 바다, 아름다운 해안도로, 풍성한 먹거리와 여유로운 생활. 게다가 여수는 단지 관광지로 끝나는 도시가 아니라, 정주 여건과 생활 정책이 생각보다 잘 갖춰져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번 글에서는 바닷가에서의 삶을 꿈꾸는 입장에서 여수시의 환경, 복지, 생활 정책이 실제로 '살기 좋은 도시'로서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를 확인해보고자 한다.
① 따뜻한 남해안 기후와 해양 레저 인프라, 확실한 장점
여수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기후다. 한반도 남단에 위치한 여수는 겨울에도 영상 기온을 유지하는 날이 많고,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다. 고령자가 지내기에 이상적인 환경이며, 습도가 있어 건조하지 않고, 바닷바람이 오히려 심신에 긍정적인 자극을 준다. 그리고 여수는 해양관광도시답게 레저 인프라가 다양하다. - 요트 체험, 스노클링, 낚시, 갯벌 체험, 해상 케이블카 등 - 돌산, 화양, 소호동 등지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거주할 수 있는 단독·전원주택 단지 조성 - 여수시는 2025년까지 남해안권 해양레저 특구로 지정 추진 중 특히 주말에는 외지 여행자가 많지만, 평일에는 조용하고 여유 있는 바닷가 분위기를 유지한다는 점도 장점이다.
② 노년층 생활복지와 주거환경은 괜찮을까?
여수시는 고령인구 비중이 높아, 노년층 복지정책에 적극적인 편이다. 대표적인 정책: - 경로당 활성화 지원사업 - 노인맞춤 돌봄 서비스 - 여수형 기초생활보장 확대 - 치매안심센터 및 건강상담 차량 운영 - 전세임대 및 노후주택 리모델링 지원사업 주목할 점은 여수시는 도심과 해안권이 분리되지 않고, 생활기반시설이 전 지역에 분산돼 있다는 것이다. 바닷가 인근 마을에 살아도 가까운 곳에 보건소, 동행정복지센터, 경로당이 함께 있어 ‘외곽은 불편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는 구조다. 또한 ‘어르신 공동부엌’, ‘실버동아리 지원사업’, ‘노인 문화프로그램 예산 확대’ 등을 통해 정서적 고립감 해소에도 힘쓰고 있다.
③ 현실적 불편과 단점도 있다: 교통·병원·기후 변화
하지만 여수에도 실제 살아볼 때 느껴지는 단점은 있다. 첫째, 의료 인프라의 밀도는 부족한 편이다. - 종합병원은 여수전남병원이 대표적이지만, 전문 진료는 광주까지 가야 하는 경우도 있음 둘째, 대중교통 의존도가 낮고, 자가 차량이 사실상 필수다. 노선 간격이 길고 교통시간이 길어 고령자에게 불편하다. 셋째, 기후의 극단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 여름엔 습하고 태풍 위험이 있으며, 바닷바람이 강한 날은 외부 활동이 어렵다. 이런 부분은 체험 거주 프로그램 등을 통해 경험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바다를 바라보며 사는 삶. 내게는 늘 막연한 꿈 같았지만, 이제는 그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수는 단지 여행지로서가 아니라, 노년기를 살아갈 수 있는 도시로서의 준비도 갖추고 있었다. 레저와 여유, 따뜻한 기후와 바닷소리, 그리고 경로당과 건강상담, 주거지원과 공동체. 여수는 그 모든 것을 조금씩 품고 있다. 물론 단점도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이 ‘완벽한 도시’가 아니라, 나의 삶을 감싸주는 환경이라면, 여수는 분명히 그 가능성을 가진 도시다. 지금이라도 조금씩 준비해보려 한다. 일단은 한두 달 체류부터 시작해서, 정말 여수가 내게 맞는 곳인지 느껴보는 것. 그리고 그 끝에, 나는 언젠가 바닷가에 집을 짓고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