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상대적으로 젊은 도시다. 실제로 인구 통계상 30~40대가 가장 많은 도시이며, 평균 연령도 전국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복지정책이나 행정서비스가 청년·신혼부부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많다. 나 역시 60대 중반에 세종시로 내려와 살고 있지만, 처음엔 이런 점이 조금 낯설었다. 하지만 막상 하나하나 찾아보니, 고령층을 위한 정책도 점차 확대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세종시만의 특징 있는 정책도 있어 소개해보고자 한다. 혹시 나처럼 세종시에 살며 ‘노년기 복지는 부족한 게 아닐까?’ 걱정했던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① 찾아가는 복지상담과 건강관리 서비스
세종시는 ‘스마트 도시’를 표방하지만, 복지 전달은 오히려 ‘찾아가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고령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과 정서적 안정을 지켜주는 지속적인 접촉인데, 세종시는 이를 위해 ‘맞춤형 방문 복지상담’과 ‘노인건강관리 서비스’를 강화해 왔다. 특히 눈에 띄는 제도는 ‘찾아가는 동네복지센터’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복지정보를 스스로 찾기 어려운 고령자를 위해 사회복지공무원과 간호사, 사례관리사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상담, 건강점검, 제도 신청까지 한 번에 돕는다. 또한 ‘노인건강관리지원서비스’를 통해 기초 건강 측정, 낙상 예방 운동, 정신건강 교육 등이 주 1회 이상 복지센터나 마을회관에서 진행되며, 참여 어르신에게는 간단한 간식, 활동비도 제공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속성인데, 세종시는 이 서비스의 연속성 확보를 위해 지역 보건소와 연계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② 노년 문화활동을 위한 세종시만의 특화 지원
세종시는 다른 대도시에 비해 문화 인프라가 신도시 중심으로 균형 있게 배치되어 있다. 여기에 고령층을 위한 ‘생활문화동아리 지원’, ‘노년예술교실’ 등 문화활동 참여 사업이 활발하다. 특히 세종시는 ‘고령친화문화도시’ 시범도시로 지정된 바 있다. 세종시만의 특화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 ‘백세누리 프로그램’: 65세 이상 어르신 대상, 연극·미술·글쓰기·악기 등 3개월 단위 예술교육 - ‘세종 어르신문화학교’: 분기별 교육(문해·디지털·창작 등) + 졸업 발표회 - ‘동네예술교사 파견’: 강사가 직접 마을로 방문하여 강의(교통 불편 해결) - 세종문화재단 연계 공연 할인제도: 어르신 전용 할인 좌석 제공, 티켓 1천~3천 원 수준 이런 프로그램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 사회적 고립 해소와 정서적 활력 회복에 큰 도움을 준다.
③ 여느 도시엔 없는 ‘공공실버하우징’이 있다는 사실
세종시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정책은 바로 ‘고령층 맞춤형 공공실버하우징’이다. 이 제도는 국토교통부와 LH, 세종시가 함께 추진하는 고령자 전용 임대주택 사업으로, 단순한 주택이 아니라 의료·돌봄·생활 편의가 결합된 복합형 주거공간을 제공한다. 현재 세종시 도담동, 아름동 등지에 시범 운영 중이며, - 만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주거취약 고령자 대상 - 무장애 설계(문턱 없음, 안전바, 응급 호출 시스템) - 24시간 생활지원사 상주 - 공동 취사장, 소셜 공간, 건강관리실 포함 - 월 임대료 10만 원 이하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서울이나 대전, 부산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종시가 '신도시형 고령자 복지모델'을 선도하는 실험도시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세종시에 살면서 처음엔 이런 생각을 했다. “여긴 너무 젊은 도시라, 나이든 사람은 소외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직접 찾아보고 이용해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세종시는 복지의 형식보다 ‘전달 방식’에 집중하는 도시였다. 찾아가는 상담, 문화활동 지원, 실버하우징 같은 제도는 비록 조용히 시행되고 있지만, 고령층에게는 정말 꼭 필요한 것들이다. 혹시 세종시에 살고 계시면서 “난 받을 수 있는 게 없겠지”라고 생각하셨다면, 이번 기회에 동주민센터나 세종시청 복지과에 한 번 문의해 보시길 권한다. 젊은 도시 속에서도, 나이 든 세대가 존중받을 수 있는 정책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세종시는 그 시작을 잘 만들어가고 있는 도시 중 하나다.